발견과 입덕부정기
사실 당장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어느 날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유기견을 데려와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던 중.
우연히 반려견 동반 카페를 갔는데, 귀여운 말티즈를 만났다. 저기 강아지 귀엽다고 남자친구에게 속삭였는데
“너 강아지 키우고 싶구나?” 라고 했다.
“아냐, 그냥 귀엽단 거지. 난 아직 누구 책임지고 그럴 여유가 안돼.”
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원룸 거주 중이고( 곧 방 3개짜리 전세로 이사 예정이나 아직 확정은 안 된 상황) 또 돈을 쓰기보단 모아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왜인지 유기동물보호 정보를 검색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 눈에 띈 작은 유기견


한 손에 가볍게 들린 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안겨있는 망충한 얼굴, 강아지풀 같은 꼬리에 한 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기에, 귀여우니 얘는 금방 입양 가겠다라고 생각하고 덮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 그때 그 유기견의 얼굴과 강아지풀 꼬리. 나혼자 클러치 강아지라고 부르머 매일 공고에 들어가 입양이 되었는지, 입양 예정이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여기서 잠깐! 공고 기간이 끝나면?]
공고가 끝나면 유기 강아지는 시의 소유가 되어 입양을 갈 수 있게 되나, 상황에 따라 바로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안락사라니 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울렁울렁했다.
첫만남
공고를 본 후, 정확히 일주일 뒤. 이사 갈 집의 사전 답사를 마치고, 은행에서도 이 정도면 대출이 문제없이 나올 거라는 확답을 받고
강아지를 보러 갔다. 당장 데려오려는 건 아니었고 얼굴이나 보자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남자친구는 유기견 입양에 회의적이었다.
아무래도 아픈 강아지들과 있다보니 질병에 취약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강아지를 보는 순간


처음 본 우리를 이렇게나 반기며 좋아하는 모습에 남자친구가 먼저 데려가야겠다고 불쑥 말했다.
보호소 측에서도 어린 강아지라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되기 전에 빨리 데려가는 게 좋겠다라고 하셔서 입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마 이렇게 입양이 빠르게 결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1. 남자친구가 14년 동안 강아지를 돌본 경험이 있음
2. 본인의 본가에 진도믹스가 있어 믹스견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보임
3. 강아지가 너무 어리고 작음
정도인 것 같다.
심지어 켄넬에 식기에 배변패드까지 바리바리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입양 후 6개월 이내 병원비는 의왕시에서 15만원 한도로 지원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집으로 오는 길. 배변패드만 깔아져 있고 켄넬이 너무 커서 불편해보였다.

가는 길에 삼 다이소 방석을 넣어주니 한결 편안해진 얼굴

집에 오자 자기 집인 줄 아는지 활발하게, 아니 미친강아지(?) 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해서 1차 놀람

자기 집 안방 처럼 잘 자서 2차 놀람

우리가 가족이 된 것을 아는지 낑낑거림 하나 없이 너무 잘 적응해주는 모습이었다.
5일 뒤 이상한 변을 보기 전까지는...
다음 화에 계속 ▶